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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병, 기억보다 먼저 사라지는 감정과 성격의 변화

by noble-people 2025. 3. 2.

피크병
피크병

피크병이란 무엇이며 일반 치매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피크병은 전측두엽 치매라고도 불리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뇌의 전두엽 또는 측두엽이 점차 위축되며 감정, 성격, 언어 기능에 영향을 주는 희귀한 형태의 치매입니다.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초기에는 기억력보다는 행동, 성격, 언어능력에서 급격한 변화가 먼저 나타나며, 비교적 젊은 연령층, 특히 40대에서 60대 사이의 중장년층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충격과 혼란이 매우 큽니다.

피크병의 가장 큰 특징은 뇌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과 측두엽이 점차 위축되면서 뇌세포가 파괴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행동, 감정 조절, 판단력 등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전두엽은 인간의 사회성, 충동 조절, 공감 능력 등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이 부분이 손상되면 평소와는 전혀 다른 성향과 행동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례한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거나,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 무관심, 폭식 또는 성적인 충동 조절 실패 등이 피크병 환자에게서 관찰됩니다.

저는 이 질환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의 가족 중 한 분이 피크병 진단을 받은 사연이었습니다. 평소 조용하고 정중하던 가장이 어느 날부터 무례한 말을 하고, 가족과의 갈등을 자주 일으키는 모습이 계속되어 가족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고 합니다. 결국 병원을 찾은 뒤에야 피크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고, 그제야 환자의 행동이 질병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어 죄책감과 슬픔이 뒤섞인 시간을 보내셨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피크병은 치매라는 큰 틀에서 보면 알츠하이머와 혼동되기 쉽지만, 증상의 양상과 진행 경로에서 차이가 분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치료 방향과 환자 및 가족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크병의 주요 증상과 가족이 마주하게 되는 변화

피크병은 초기에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조차 쉽게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은밀하게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성격 변화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예의 없는 행동, 감정의 둔화, 무감동증, 강박적인 반복 행동 등이 뚜렷해집니다. 특히 감정 표현이 줄어들면서 웃거나 우는 반응이 줄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 기능의 저하는 또 다른 주요 증상입니다. 말이 느려지거나 단어를 찾지 못하고, 문장 구성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으며, 대화 자체를 기피하게 되기도 합니다. 피크병의 언어형 변이인 진행성 비유창성 실어증이나 의미상실성 실어증으로 발전하면 대화의 흐름이 완전히 끊어지는 심각한 언어 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가까운 분의 가족 중 한 분이 피크병 진단을 받았던 경험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직장에서 유능했던 중년 남성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적절한 농담을 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변화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말수가 줄고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병원을 찾게 되었고, 피크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환자의 행동에 감정적으로 상처받는 일이 많았지만, 병을 이해하게 되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환자와의 관계 변화입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 가족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으며, 때로는 감정적인 거리감, 소외감, 죄책감이 동시에 찾아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환자만이 아니라 가족 또한 정서적 지원과 상담이 필요한 상태가 되며, 가족 전체가 함께 병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크병의 치료와 일상 속에서의 실천 방법

피크병은 현재로서는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으며,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둔 관리가 이루어집니다. 약물 치료는 주로 행동 문제 조절에 사용되며, 항우울제, 항정신병제, 항불안제 등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약물의 효과는 개인차가 크고, 부작용에 주의가 필요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지시를 따라야 합니다.

비약물적 치료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언어 치료, 작업 치료, 음악 치료, 감각 자극 요법 등은 환자의 뇌 자극을 통해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정해진 일과를 만들어 루틴을 유지하고, 낯선 환경을 피하며 환자의 불안을 줄이는 환경 조성이 핵심입니다.

저는 피크병 환자 가족들이 ‘치료’보다 ‘동행’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시는 것을 종종 봅니다. 병이 진행되더라도 그 사람의 내면은 여전히 존재하며, 남아 있는 기능과 감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진정한 돌봄이라는 것입니다. 사진을 함께 보며 과거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거나, 따뜻한 손을 잡고 산책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환자는 큰 안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또한 가족을 위한 지지 체계도 중요합니다. 환자의 행동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가족 상담 프로그램이나 치매가족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것도 환자의 일상 관리에 있어 효율적일 수 있으며, 간병인의 정기적인 교대 시스템을 도입하면 보호자의 소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를 '질병을 가진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끝까지 유지해 주는 것입니다. 저 역시 피크병을 이해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시선이 더 깊어졌고, 치매란 단지 기억을 잃는 병이 아니라 마음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디스크립션

피크병은 전두엽과 측두엽이 위축되며 성격, 행동, 언어 기능에 영향을 주는 전측두엽 치매입니다. 본 글에서는 피크병의 정의와 알츠하이머병과의 차이점, 주요 증상과 가족이 겪는 변화, 그리고 치료 및 일상에서의 실천 방법을 실제 사례와 함께 상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조기 진단과 정서적 지지, 비약물적 관리가 피크병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