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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보존 사례: 팔미라 유적, 베네치아, 라파누이의 모아이

by codezero777 2025. 5. 18.

팔미라, 베네치아, 라파누이 등 세계문화유산 보존 사례
팔미라, 베네치아, 라파누이 등 세계문화유산 보존 사례

1. 전쟁 속에서도 지켜낸 팔미라 유적 (시리아)

시리아 중부에 위치한 **팔미라(Palmyra)**는 고대 로마와 페르시아, 그리고 이슬람 문화가 교차했던 중동의 대표적인 고대도시 유적으로, 198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 극단주의 무장단체(IS)의 점령으로 인해 수천 년을 버텨온 이 유산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벨신전, 바알샤민 신전, 개선문, 석관 등 수많은 건축물과 조각들이 파괴되었고, 현장에 있던 문화재 담당자조차 처형당하는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하였습니다.

이후 유네스코는 즉각 팔미라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긴급 대응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유럽연합과 ICOMOS, ICCROM 등과 협력하여 현장 복구를 위한 디지털 보존 자료 수집, 고고학적 잔해 정리, 인공위성 사진을 통한 피해 분석 등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3D 스캔 자료, 관광객의 사진, 드론 영상이 복원의 핵심 자료로 활용되었으며, 이후 일부 유적의 디지털 복원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벨신전의 정면 기둥 복원은 국제 사회가 연합하여 전통 석조 기법과 디지털 모델링을 결합해 진행한 상징적 사례로 기록됩니다. 저는 이 사례를 통해 문화유산이 단지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전쟁과 폭력에 맞서는 인류의 문화적 저항이자 연대의 상징이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물리적 파괴를 넘어, 정신적 가치를 다시 세우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2. 해수면 상승과 싸우는 베네치아 (이탈리아)

이탈리아 북부의 수상도시 **베네치아(Venice)**는 1987년 ‘베네치아와 그 석호’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도시입니다. 중세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유럽 해상무역의 중심지로서 발달해온 베네치아는 운하, 대운하를 따라 늘어선 고풍스러운 건물들, 산 마르코 광장, 두칼레 궁전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도시입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해수면 상승과 기후 변화로 인해 도시 전체가 침수 위기에 직면해 왔습니다.

특히 2019년에는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조수(아쿠아 알타)가 도시를 강타하며, 산 마르코 대성당 바닥까지 침수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는 2021년,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대응이 촉구되었습니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MOSE 프로젝트(Modulo Sperimentale Elettromeccanico)라는 대규모 해양 방재 시스템을 가동하였습니다. 이는 조수에 따라 수문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구조로, 베네치아 석호로의 해수 유입을 차단하여 도시 침수를 방지하는 세계적인 방재 기술입니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기술적 대응뿐 아니라, 관광객 수 제한, 에너지 전환, 역사 건물 보존 등 지속 가능한 도시 운영 방안을 병행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저는 베네치아 사례를 보며 문화유산의 보존이 이제는 환경 대응과 완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건축물 하나를 지키기 위해 수문을 만들고, 해양 구조를 재편하며, 도시 정책을 바꾸는 이 거대한 노력은 단지 도시 하나가 아닌 세계유산이라는 이름 아래 전 인류가 동참하는 공동 과제임을 보여줍니다.

3. 공동체가 지켜낸 라파누이(이스터섬)의 모아이 (칠레)

남태평양에 위치한 칠레령 라파누이(Rapa Nui), 즉 이스터섬은 수백 개의 거대한 석상 ‘모아이(Moai)’로 유명한 고대 유산지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이 모아이들은 고대 폴리네시아인의 조상 숭배 사상을 반영하며, 거대한 암석을 수 킬로미터나 옮겨 세운 인간의 기술과 종교, 사회 조직의 복합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관광객 급증, 해풍에 의한 풍화, 지반 침식, 그리고 코로나19 기간 중 방치로 인해 모아이들의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칠레 정부와 라파누이 원주민 공동체는 유네스코와 협력하여 공동체 참여형 보존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지역 주민이 직접 유산 보존 교육을 받고, 유물 관리와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며, 유산의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지켜나가는 방식입니다.

또한 유네스코는 드론과 3D 스캔을 통해 모아이 개체별 보존 상태를 디지털로 기록하였고, 침식이 심한 석상은 복제 석상을 세워 원본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훼손된 석상은 공동체 내부의 ‘장로회’ 회의에서 복원 여부를 결정하며, 문화적 존엄성과 기술적 복원 사이의 균형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스터섬의 사례를 통해 유산 보존의 핵심이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 곧 공동체에 있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이 있어도, 지역 주민이 그 유산을 자기 문화로 여기고 지키려는 마음이 없다면, 진정한 보존은 불가능합니다. 모아이라는 석상이 지켜낸 것은 단지 돌덩이가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사람들의 삶과 신념, 공동체의 역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