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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미등록 유물, 숨은 문화의 조각들을 마주하다

by codezero777 2025. 4. 5.

제주 미등록 유물
제주 미등록 유물

1. 제주에서 ‘미등록 유물’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제주특별자치도는 자연경관뿐 아니라 독자적인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지역으로, 여러 시대를 거치며 생성된 수많은 유물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중 상당수는 아직 공식적으로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았거나, 문화재 지정 신청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유산들을 통상 ‘미등록 유물’이라 부르며, 이는 아직 문화재청이나 제주도청에 의해 법적 보호 대상이 되지 않은 유물들을 의미합니다.

미등록 유물은 대부분 개인이나 마을 공동체가 소장하거나 자연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비록 법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였지만, 역사적·민속적·예술적 가치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 제주목 관아에서 사용된 생활 용구나, 일제강점기 제주 내 항일운동과 관련된 자료, 제주 전통 신앙의 흔적을 담고 있는 돌상과 민속품 등은 대부분 미등록 상태에서 지역 주민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유물들이 등록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보존 상태가 좋지 않거나, 소유자의 등록 의지가 부족하거나, 행정기관에서 가치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문화재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지역도 여전히 존재하여, 잠재적으로 미등록 유물이 발견될 가능성도 큽니다. 저 역시 제주시 조천읍에서 오래된 돌창고 안에 보관되어 있던 목기류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그 유물이 공식적인 목록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2. 제주 미등록 유물의 사례와 역사적 가치

제주에는 다양한 미등록 유물이 지역별로 산재해 있으며, 이는 각 지역의 생활사와 민속, 종교, 자연환경 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천읍, 성산읍, 애월읍 등지에는 전통 마을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주민들이 대대로 소장하고 있는 생활 유물이나 무속 관련 물품 등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돌하르방은 널리 알려진 제주의 대표 상징물이지만, 마을 어귀에 세워진 작은 수호석이나 무속 신앙과 관련된 석상, 제물함 등은 여전히 미등록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한 제주 4·3 사건과 관련된 유물들도 미등록 유물 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유족들이 소장하고 있는 당시의 신문, 사진, 피신용 짐가방 등은 국가적 비극의 기록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사적 기억 속에 머무르며, 문화재로서의 평가와 보존 체계 안에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외에도 일제강점기 제주에 설치된 일본군 관련 시설물의 잔해, 해녀들이 사용하던 초기형 물질도구 등도 미등록 상태로 일부 박물관에 기증되거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등록 유물의 가장 큰 문제는 보존과 전승의 한계입니다.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체계적인 보존 조치가 어렵고, 자연재해나 개발로 인한 소실 위험에도 쉽게 노출됩니다. 게다가 지역 주민들조차 그 유물의 가치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사라질 위험이 매우 큽니다. 저는 얼마 전 제주대학교 박물관에서 주최한 소규모 전시에서 마을 주민이 기증한 조선시대 도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단순한 인장이었지만, 지역 행정과 관련된 중요한 자료였다는 설명을 듣고, 등록되지 않은 유물 하나에도 깊은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3. 제주 미등록 유물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제언

미등록 유물은 문화재로서의 지위를 획득하지 않았더라도, 지역의 정체성과 기억을 구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이들을 방치하기보다,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기록하며 보존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특히 제주의 경우, 자연적·인문적 특성이 고유하여 일반적인 문화재 지정 기준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고유 유산이 많기 때문에, 지역 맞춤형 등록 기준과 조사 방식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청 문화정책과에서는 매년 유물조사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을 세밀하게 조사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마을 단위에서 자발적인 유물 조사 활동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주민들이 보유한 유물에 대해 간단한 등록신청을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만약 문화재청이 제주 지역을 대상으로 ‘생활 속 유물 등록제’를 시범 도입한다면, 수많은 유산들이 공적인 보호의 틀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더불어 제주도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미등록 유물 아카이빙 사업도 적극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사진, 위치 정보, 구술 기록 등을 바탕으로 유물의 상태와 배경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통해 향후 등록 가능성을 검토하거나, 디지털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지역 박물관이나 대학과 연계하여 청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아카이브 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교육적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등록 유물은 우리 손끝에서 사라질 수도 있고, 기억 속에서 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결정짓는 것은 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가 유산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주의 미등록 유물을 찾아내고, 그것이 지닌 가치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것이 곧, 우리가 우리의 문화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디스크립션

제주에는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소중한 가치를 지닌 미등록 유물이 다수 존재합니다. 본 글에서는 미등록 유물의 의미, 제주 지역 사례, 보존을 위한 제안까지 자세히 다루며, 숨은 유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지역문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유익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