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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용암동굴의 형성과 보존 가치, 보존 전략과 지속가능한 활용

by codezero777 2025. 5. 27.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용암동굴 내부 전경, 제주 화산섬 세계유산을 보여주는 이미지

1. 제주의 화산섬 형성과정과 지질학적 구조

제주도는 한반도 남쪽 바다에 위치한 거대한 화산섬으로, 전체 면적 1,848㎢의 섬 대부분이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현무암 지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약 180만 년 전부터 수차례에 걸친 화산 분출과 용암 유출이 반복되며 지금의 제주시, 서귀포시를 포함한 제주 본섬이 형성되었습니다. 제주도의 지질학은 지구의 내적인 힘, 즉 마그마의 상승과 지각 운동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제주 화산섬의 중심에는 해발 1,947m의 한라산이 우뚝 솟아 있으며, 이는 제주를 대표하는 순상화산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순상화산은 점성이 낮은 현무암질 용암이 넓게 퍼지며 형성되는 형태로, 평탄한 경사와 부드러운 윤곽선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러한 형태는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아이슬란드의 화산지형과 유사하며, 지질학적으로도 세계적 비교 대상이 되는 이유입니다.

한라산 정상에는 백록담이라 불리는 칼데라 화구가 존재하며, 이는 한라산이 활화산 활동 이후 함몰되며 형성된 분화구입니다. 백록담은 한라산 화산활동의 종착지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계절마다 변화하는 식생과 기후 조건으로 인해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한라산 주변에는 **오름(기생화산)**이라 불리는 소규모 분화구가 360여 개 이상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라산 주 화산체 이외의 마그마 분출구로, 각각의 오름은 분화 시기와 지형적 특징에 따라 서로 다른 외형을 갖추고 있어 지질 다양성과 지형학적 비교 연구에 매우 좋은 조건을 제공합니다.

저는 제주를 단순한 관광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형성과정이 눈앞에 펼쳐지는 살아있는 지질 교과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오름과 용암지형은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의 생성 역사를 체감하게 해주는 귀중한 공간이며, 이처럼 직접 관찰 가능한 자연유산은 매우 드뭅니다.

2. 만장굴을 중심으로 한 용암동굴의 형성과 보존 가치

제주의 화산활동은 지표뿐 아니라 지하에도 독특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용암동굴입니다. 용암동굴은 용암이 지표 위를 흐를 때 외부가 먼저 식고 내부의 뜨거운 용암이 계속 흘러가며 형성되는 지하 터널 형태의 동굴입니다. 제주에는 약 100여 개의 크고 작은 용암동굴이 존재하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만장굴(萬丈窟)**입니다.

만장굴은 약 7,400년 전 한라산의 분화활동으로 형성된 것으로, 총 길이는 약 7.4km에 이르며,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길고 보존 상태가 뛰어난 용암동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동굴 내부는 현무암질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용암이 흐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터널형 구조, 용암 종유석, 용암 커튼 등의 독특한 형상이 관찰됩니다.

이러한 동굴은 단순한 암석 구조를 넘어, 지구 내부 에너지의 흐름과 자연적 조형미가 동시에 결합된 지질유산으로 매우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닙니다. 실제로 만장굴은 지하 생물의 서식처이기도 하며, 그중 일부는 동굴 특유의 무산소 환경에서만 생존 가능한 희귀 생물종으로, 생태학적 보호 가치도 높습니다.

특히 유네스코는 만장굴을 포함한 제주의 용암동굴들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화산 동굴 시스템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하며, 단지 형성 방식만이 아니라 보존 상태, 지형적 희귀성, 생물다양성 보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였습니다.

저는 만장굴 내부에 들어섰을 때, 마치 지구의 혈관 속을 거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암흑 속 공간은 문명 이전의 지구 원형을 경험하게 해주며, 자연의 시간에 비해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동굴이 단지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과의 경외감을 회복하는 장소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보존 전략과 지속가능한 활용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으로, 유산 범위에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구,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포함됩니다. 이 세 요소는 각기 다른 시기의 화산활동을 대표하며, 지질학적 형성과정을 시간 순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복합유산이라는 점에서 매우 뛰어난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이 유산을 등재하면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였습니다:

  • 기준 (vii): 탁월한 자연미와 미적 가치
  • 기준 (viii): 지구의 역사와 생물학적 과정에 대한 독보적 증거

이에 따라 제주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지질학적 연구, 교육, 생물다양성 보존, 생태관광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세계적으로 활용 가능한 유산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곧 제주라는 지역이 지구환경의 변화를 읽고, 이를 통해 인류의 미래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자연사적 플랫폼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는 세계유산 보존을 위해 ▲탐방로 제한, ▲입장 인원 제한제, ▲지질 해설사 운영, ▲VR 체험관 설치, ▲디지털 지도 구축 등 현대적 보존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산 주변 지역 주민과의 협력 모델도 강화되어, 공동체 참여형 생태보존 전략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광객 급증에 따른 환경 훼손, 무분별한 상업화, 기후 변화에 따른 식생 변화 등의 문제가 여전히 제주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특히 성산일출봉은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며 식생 훼손과 경사면 붕괴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과학 기반의 지속가능성 평가와 행동 지침 마련이 시급합니다.

저는 제주의 자연유산이 단지 "보고 감탄하는 공간"을 넘어서, 함께 지켜내고,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하는 공동의 책임이 담긴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간이 만든 문화유산도 위대하지만, 자연이 수십만 년, 수백만 년을 거쳐 형성한 이 유산은 그보다 더 거대한 스케일과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인류 전체가 존중하고 보존해야 할 ‘지구의 자서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