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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만든 역사책, 마을의 시간을 직접 기록한 사람들

by codezero777 2025. 5. 3.

마을의 역사책을 읽고 있는 여성의 모습
마을의 역사책을 읽고 있는 여성의 모습

왜 주민이 직접 역사를 기록해야 할까요?

역사는 항상 누군가에 의해 쓰여집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지역의 역사는 중앙 중심의 시각, 또는 전문가의 해석에 따라 정리되어 왔고, 정작 그곳에 살았던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기억은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져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와 마을의 모습 속에서, 지금 우리가 사는 동네의 역사도 누군가 기록하지 않으면 영원히 잊혀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이 만든 역사책’은 단지 지역 정보의 수집을 넘어서,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적 기억을 복원하는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민이 역사를 직접 쓰는 일은 자신들의 삶이 곧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외부인이 기록한 역사에는 포함되지 못했던 생활의 디테일, 정서적 풍경, 마을만의 독특한 언어와 관계들이 주민의 손으로 정리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기록’이 만들어집니다. 제가 예전에 참여한 마을 역사책 만들기 워크숍에서는, 오래된 연립주택에 살던 어르신이 1970년대 이웃들과 김장을 하던 이야기, 마을회관에서 라디오를 함께 들었던 추억을 꺼내며 눈시울을 붉히신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 하나가 곧 ‘역사’가 되었고, 책의 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역사 기록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삶을 문화적으로 해석하고, 미래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시도입니다. 그리고 이 작업은 기록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서도 주민 간의 관계 회복, 지역 정체성 재확인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마을 역사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주민이 만드는 역사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준비와 협력이 필요한 과정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들을 담을 것인가’를 주민들과 함께 결정하는 일입니다. 마을의 시작, 변화의 순간, 공동체 기억, 잊힌 공간, 사람들의 삶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의 흐름이 형성됩니다. 이 과정은 워크숍이나 소모임 형태로 진행되기도 하며, 여러 세대가 함께 참여하면 더욱 풍부한 이야기 구성이 가능합니다.

기록 방식은 구술 인터뷰, 사진 수집, 옛 문서 복사, 현장 답사 등을 활용하며, 주민 각각이 자신의 경험을 쓰거나, 친구나 가족의 이야기를 대신 정리하는 식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저는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어르신의 구술을 받아 젊은 세대가 글로 옮기고, 사진을 함께 정리하는 과정을 경험했는데, 세대 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이 인상 깊었습니다.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으며, 또 누군가는 편집을 돕는 등 역할을 분담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작업의 문화가 만들어집니다.

책으로 엮을 때는 단순히 과거를 나열하는 형식이 아니라, 이야기마다 주민의 목소리가 담기도록 편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접 말한 어투나 사투리, 감정을 최대한 살려주는 편집이 진정성을 높이며, 사진에는 가능한 한 정확한 시기와 장소, 인물의 이름을 기입해야 후속 기록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편집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계속 반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주민과 함께 초안을 검토하는 작업을 하면서 “이건 우리 말투랑 다르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원고를 수정한 뒤, 책이 훨씬 더 진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역사책은 마을회관이나 도서관, 학교, 시청 등에 배포되거나, 디지털 파일로 공유되며, 일부는 지역 전시회나 작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마을 전체가 함께 축하하는 문화행사로 마무리되기도 합니다.

주민 역사책이 지역 문화에 남기는 의미

주민이 만든 역사책은 단순한 책 한 권이 아니라, 지역 문화의 정체성과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 속에는 행정 자료나 통계로는 절대 기록될 수 없는 마을의 감정, 변화, 생활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마을의 작은 변화나 주민 개개인의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한 역사이며, 그것을 주민 스스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진정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역사책은 지역 교육의 귀중한 자료로도 활용됩니다. 학교에서는 지역 교과 수업에 연계하여 학생들이 직접 마을 이야기를 읽고, 어르신과 대화하며 역사 의식을 키우는 데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역사책을 수업 자료로 활용하며, 아이들이 책 속 인물과 실제 인터뷰를 연결해 나가는 수업을 진행했을 때, 교과서보다 훨씬 깊은 이해와 공감이 생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주민 역사책은 지역축제나 문화행사에서 중요한 콘텐츠로 활용되며, 마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합니다. 축제에서 주민의 삶이 담긴 이야기를 낭독하거나, 역사책을 기반으로 한 전시회를 열면, 단순한 행사가 아닌 공동체 정체성 회복의 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책은 후대에 남겨질 귀중한 아카이브로서, 지역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이 ‘기록될 가치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곧 자긍심으로 이어지고, 마을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익숙하고 평범했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귀한 역사이고, 공동체 전체에겐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디스크립션 요약
“주민이 만든 역사책”은 지역의 삶과 기억을 주민 스스로 기록하고 엮어내는 살아 있는 문화 아카이브입니다. 이 글에서는 주민 역사책의 의미, 제작 과정, 그리고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지금 당신의 마을에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이야기를 함께 책으로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