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안의 병마용은 진시황제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조성된 실물 크기의 테라코타 군사 인형들로, 고대 중국의 권력과 사후 세계관, 군사 제도를 보여주는 고고학적 걸작입니다. 본 글에서는 병마용의 역사, 구성 특징,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상세히 소개합니다.
1. 진시황제와 병마용의 역사적 배경
시안(Xi'an)은 중국 산시성(陝西省)의 중심 도시로, 고대에는 **장안(長安)**이라 불리며 중국 역사상 여러 왕조의 수도로 기능한 장소입니다. 특히 기원전 221년, 진시황(秦始皇)이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인 진나라를 세우고 수도로 삼으면서 시안은 제국의 심장부로 부상하게 됩니다. 병마용(兵馬俑)은 바로 이 진시황릉(秦始皇陵)의 부장묘로 조성된 것입니다.
진시황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와 엄격한 법가 사상을 바탕으로 **중국 최초의 황제(황제, 皇帝)**라는 칭호를 사용하며 새로운 질서를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권력과 영생에 대한 집착도 매우 강했고, 그 결과 생전부터 거대한 무덤과 사후 세계를 위한 지하 군단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병마용은 바로 이 사후 세계에서 황제를 지키기 위한 상징적 군대였던 것입니다.
병마용은 1974년 우연히 한 농부가 우물을 파던 중 발견되었고, 그 이후 진행된 발굴 작업을 통해 7,000기 이상의 실물 크기 테라코타 군인, 말, 전차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고대 중국의 장례 문화와 제국의 위엄, 군사 체계, 미술 기술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고고학적 대발견으로 평가됩니다.
저는 병마용을 단순히 무덤 장식물로 보기보다는, 고대 제국이 사후에도 계속되고자 했던 권력의 서사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그 안에는 단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넘어 영원한 질서를 꿈꾸었던 황제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2. 병마용의 구성과 예술적 특징
병마용은 현재까지 총 3개의 주요 갱도(Pit)에서 발견되었으며, 각각은 보병, 기병, 전차 부대 등 다양한 병과 구성과 전술 배열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예술품을 넘어서, 진나라 당시의 군제(軍制), 계급 구조, 전술 배치까지 재현된 미니어처 군대라 할 수 있습니다.
- 1호 갱도: 가장 크고 유명한 갱도로, 약 6,000기의 보병과 전차가 일렬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전체 면적은 축구장 2배 크기에 달하며, 전면에는 창을 든 선봉대, 중간에는 중무장 보병, 후방에는 지휘관과 기병대가 배치되어 있어 전쟁을 시뮬레이션한 듯한 구성이 돋보입니다.
- 2호 갱도: 정예 병사와 기병 중심의 부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전술과 무기 유형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 공간입니다.
- 3호 갱도: 지휘본부로 추정되는 공간으로, 여기에서는 고위 지휘관과 참모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인형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병마용 조각상은 모두 **실물 크기(약 180~195cm)**로 제작되었으며, 놀랍게도 각 인형의 얼굴, 복장, 표정이 모두 다릅니다. 이는 진나라 장인들이 대량 생산 방식이 아닌, 개별 인물 조각에 가까운 정밀한 조형 작업을 수행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인들은 황토를 구워 만든 테라코타에 색채를 입히고, 실제 무기와 같은 청동 검과 창, 전차 등을 배치하였으며, 각 병사의 손 동작, 무게중심, 심지어 신발 모양까지도 계급과 역할에 따라 세분화하였습니다. 청동 무기는 산화 방지를 위한 크롬 도금 처리가 되어 있었는데, 이는 현대 과학에서도 매우 놀라운 기술로 평가됩니다.
저는 병마용에서 진나라의 엄격한 군사적 질서뿐 아니라, 정교한 인간 표현과 세밀한 기술, 권력의 미학까지 모두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죽은 자를 위한 예술이 이토록 정교하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탄생했다는 점은 고대 중국 문화의 깊이를 새삼 실감케 합니다.
3.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보존 노력
진시황릉과 병마용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유네스코는 이 유산이 "고대 중국의 통치 체계, 사후 세계관, 예술 기술, 제국의 권위가 응축된 복합문화유산"이라 평가하였으며, 고고학적 가치와 예술적 정교함, 보존 상태의 탁월함을 동시에 인정하였습니다.
세계유산 등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준 (i): 인간 창조의 걸작
- 기준 (iii): 고대 문명에 대한 유일무이한 증거
- 기준 (iv):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사례
병마용은 현재 시안 병마용 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어 있으며,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중국 최고의 유산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병마용은 여전히 발굴이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무덤 내부는 현재도 미개봉 상태이며, 유적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정밀한 환경 제어와 데이터 분석이 동반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병마용 보호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실내 전시관 구축과 통제된 기후 환경 유지
- 3D 스캐닝과 AI 기반 손상 감지 시스템 운영
- 복원 전용 연구소 설립 및 국제 공동 연구 추진
특히 병마용의 원래 색채를 보존하는 기술은 여전히 연구 중이며, 일부 조각은 복원 중에도 색이 공기와 접촉하면 급속히 탈색되는 문제로 인해 비공개 상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AR·VR 기술을 통해 병마용의 원래 모습을 디지털로 복원하고 교육 콘텐츠로 확산하는 전략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저는 병마용이 단순한 유물의 의미를 넘어, 권력과 예술, 죽음과 기술이 하나의 조각에 결합된 인류 문화유산의 정점이라 생각합니다. 이 유산은 단지 진시황의 무덤이 아니라, 고대 중국 문명의 자화상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인류의 교훈이 담긴 예술의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