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휘튼 증후군 아동에게 심리치료가 필요한 이유
휘튼 증후군(Wiedemann-Steiner Syndrome)은 KMT2A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 유전 질환으로, 주로 신체적 발달 지연과 언어, 지적 장애를 동반합니다. 그러나 이 질환이 아동의 정서와 행동, 나아가 가족 전체의 심리적 상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종종 간과되기 쉽습니다. 특히 휘튼 증후군 아동은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불안이나 스트레스 상황에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예기치 못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정서적 어려움은 아동 스스로의 자존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사회적 관계 형성에도 제약을 줄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는 이러한 아동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내면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특히 언어적 표현이 제한적인 휘튼 증후군 아동에게는 놀이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와 같은 비언어적 매체를 활용한 심리치료가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아동은 그림을 그리거나, 소리를 내거나, 인형극을 통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표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심리적 긴장을 풀고 감정 조절 능력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가 처음으로 심리치료를 받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치료사 앞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던 순간은 감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단지 행동을 교정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심리치료의 힘은 휘튼 증후군 아이에게 특히나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2. 치료 방법의 유형과 아동 맞춤 접근
휘튼 증후군 아동에게 적용할 수 있는 심리치료는 매우 다양하며, 아동의 발달 수준과 정서적 상태에 따라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는 놀이치료입니다. 놀이치료는 아동이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도록 유도하며, 치료사는 그 놀이의 상징적 의미를 해석하여 아동의 정서 상태를 이해하고 조율합니다. 휘튼 증후군 아동은 반복적인 놀이 패턴을 보이거나 감정 표현이 단조로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사는 아이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미술치료는 색상과 형태를 통해 아동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 방법으로, 감각적인 자극에 민감한 휘튼 증후군 아동에게 매우 적합합니다. 붓이나 색연필 대신 손으로 물감을 만지는 과정을 통해 촉각 자극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음악치료 또한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며, 특히 소리와 리듬을 통한 감정 해소에 효과적입니다. 단순한 악기 연주부터 노래 부르기,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활동까지 아동의 특성에 맞춰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치료 방식 그 자체보다도, 아이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분위기에서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보호자는 아이의 치료 과정을 지켜보며 무리하게 개입하기보다는 치료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가정 내에서도 치료의 연장선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저는 아이가 치료실에서 표현한 감정을 집에서도 자유롭게 이어갈 수 있도록, 벽 한편에 ‘감정 표현 그림판’을 만들어 함께 그날의 감정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은 실천들이 아이에게는 큰 위안이 되고, 보호자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깊게 만들어준다고 느낍니다.
3. 심리치료가 보호자에게 주는 의미와 가족 중심의 회복력
심리치료는 단지 아동만을 위한 치료가 아닙니다. 휘튼 증후군을 양육하는 보호자에게도 정서적 치유와 회복의 계기가 됩니다. 치료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의 감정 세계를 이해하게 되고, 아이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보호자 자신도 희망과 용기를 얻습니다. 또한 치료사의 중재를 통해 보호자는 아이에게 적절한 반응과 표현 방식을 배울 수 있으며, 가정 내 정서적 긴장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가족 전체가 함께 치료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가족치료’는 이러한 정서적 순환을 더욱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가족치료는 부모와 형제자매가 아동의 정서적 요구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접근입니다. 이를 통해 가족 간의 소통이 개선되고, 아동은 가족 내에서 더 큰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가족 모두의 정서적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데 중요한 기제가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치료사와의 상담을 통해 제 감정도 함께 돌아볼 수 있었고, 아이와의 갈등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심리치료는 정서적 어려움을 단순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휘튼 증후군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나아가는 과정이 곧 치료이자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스크립션
휘튼 증후군 아동은 정서적 표현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놀이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의 심리치료가 정서 안정과 자기 표현 능력 향상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심리치료는 아동뿐 아니라 보호자에게도 정서적 회복과 양육 전략을 제공하는 중요한 도구로,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연계되어야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치료는 단순한 개선이 아닌, 마음을 함께 나누고 회복해가는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