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단 이후의 첫걸음, 마음의 준비와 현실의 마주함
휘튼 증후군(Wiedemann-Steiner Syndrome)을 처음 진단받은 순간은 보호자에게 있어 혼란과 슬픔, 불안이 교차하는 매우 복합적인 시기입니다. 드물고 생소한 유전 질환이라는 특성 때문에 정보가 부족하고, 의료진조차도 자세히 설명해주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보호자들은 당황스러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야말로 아이를 위한 진짜 여정이 시작되는 시점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는 것입니다.
진단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과 감정의 소모가 필요합니다. 나의 아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보호자는 수많은 자책과 눈물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사랑은 흔들림 없이 존재하며, 그 감정이 바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아이는 여전히 나의 아이이며, 질환이 아이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 아이만의 웃음, 표정, 감정, 존재 자체는 여전히 소중하며, 보호자는 그 아이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진단 직후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발달이 느린 모습에 불안해하고, 비교하며 자책했다면, 이제는 아이가 보여주는 작고 느린 변화 하나하나가 소중한 성장의 증거로 느껴집니다. 그 시작은 부모가 스스로를 다독이고,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2. 일상에서 마주하는 발달 지원과 보호자의 실천 노력
휘튼 증후군 아이의 양육은 매일매일이 발달적 도전의 연속입니다. 언어 발달이 느리고, 감정 표현이 서툴며,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달 지연이라는 특성은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보호자는 이 점을 항상 기억하고, 아이에게 맞춘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하루 일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일정표를 제작하여 아이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안정을 느끼게 해주고, 반복적인 언어 자극과 몸놀이를 통해 감각 통합과 언어 이해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은 특별한 치료가 아니라, 보호자가 일상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또한 병원에서 제공하는 언어치료, 작업치료, 감각통합치료 등을 병행하면 보다 체계적인 발달 지원이 가능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반응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고, 그 속도에 맞추어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주변 아이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하지 말고, 나만의 아이의 성장 곡선을 받아들이는 것이 보호자로서의 진짜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가 처음 자신의 이름을 말했을 때, 그 짧은 단어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 의미인지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휘튼 증후군 아이의 양육은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이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여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3. 사회적 시선과 보호자의 정서 관리, 그리고 연대의 힘
희귀 질환 아동을 양육한다는 것은 단지 아이와의 싸움이 아니라, 사회와의 긴 싸움이기도 합니다. 휘튼 증후군은 외형적으로 뚜렷한 장애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이해 부족으로 인해 보호자가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 저렇게 말을 못 하느냐’, ‘엄마가 잘 안 가르친 것 아니냐’는 무심한 시선은 보호자의 마음을 깊게 흔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보호자는 자신의 감정을 돌보고, 지지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보호자들과의 연대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호자 모임, 치료실에서 만난 부모들과의 대화는 정보 이상의 위안을 줍니다. 아이의 성장을 함께 기뻐해주고, 좌절의 순간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호자는 다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또한 전문가와의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감정을 객관화하고, 부모로서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때때로 지칠 때마다 “이 아이는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존재다”라는 문장을 스스로에게 되뇌곤 합니다. 나의 존재가 아이에게는 곧 삶의 버팀목이라는 사실은, 어떤 고된 시간도 감내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또한 사회의 변화도 중요합니다. 휘튼 증후군과 같은 희귀 질환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교육 현장과 지역사회가 더 유연하게 아이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보호자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디스크립션
휘튼 증후군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보호자에게 있어 감정, 실천, 연대의 연속적인 여정입니다. 진단 후 받아들임의 시간, 발달을 돕는 일상적 실천, 사회적 시선과 감정 관리, 공동체의 지지가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아이와 가족의 삶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보호자의 사랑은 질환보다 강하며, 그 사랑은 매일 아이의 미소 속에서 꽃피게 됩니다.